Biography
- 202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
- 2018 경희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 학사
- 202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Department of Fine Art, MFA
- 2018 Kyung Hee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s, Department of Sculpture, BFA
Exhibition
- 2025 개인 <세 번째 피부>, 다이브서울, 서울
- 2026 단체 <SABANA>, 스투디야, 서울
- 2025 단체 <친밀한 대화>, 문화살롱 5120, 서울
- 2025 단체 <Pygmalion’s Fingertips>, THEO Gallery,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 2025 단체 <Polyphony>, GALLERY IN HQ, 서울
- 2025 Solo <Third Skin>, Dive Seoul, Seoul
- 2026 Group <SABANA>, Studiya, Seoul
- 2025 Group <INTIMATE CONVERSATION>, Culture Salon 5120, Seoul
- 2025 Group <Pygmalion’s Fingertips>, THEO Gallery, Jakarta, Indonesia
- 2025 Group <Polyphony>, GALLERY IN HQ, Seoul
Critique
하성욱 작가론
스스로 형태를 갖춰가기
김노암 (미술평론가)
“내가 주시하는 가죽은 물성의 측면을 넘어 산업·자본·문화 등 다층적 관계망 속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공통된 화두 아래에 놓인 ‘물질’이었다. 살아 숨 쉴 때의 살갗을 첫 번째 피부로 본다면 산업과 자본적 대상으로 소비될 때의 표면을 두 번째 피부로 가정해 볼 수 있다.
— 상징과 소비의 맥락에서 이탈한 물질로 놓인 세 번째 피부가 몸체를 갖춘다면 어떤 형태일까. 나는 가능성이 부재한 표면에 뼈대를 갖추고 직립할 수 있는 몸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_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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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욱 작가의 작업은 독특한 ‘직립한 몸체’들의 오브제들로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퇴적물이나 식물의 형태들과 다른 우주나 차원의 존재를 떠올리는 기묘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작가가 산업 현장의 한편에 쌓인 폐가죽을 보고 떠올린 의구심에서 출발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고급스러움’이라는 기호로 다져진 가죽의 표면 뒤에는,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죽이라 불리지 못하는 수많은 자투리들이 존재한다. 작가는 자신이 명명한 ‘세 번째 피부’라 부르는 물질들에 주목한다. 이는 인간 중심의 지속 가능성 담론이 만들어낸 또 다른 생성과 폐기의 흔적들이다. 가능성이 부재하다고 여겨진 이 평면의 피부에 뼈대를 세우고, 동식물의 생동하는 형태를 빌려 직립시킨다. 조각난 채 널려 있던 표면이 나름의 부피를 갖추고 자의적으로 뻗어 나가는 과정은, 곧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지각의 변화이자 물질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존재 방식에 대한 상상이다. 작가는 가죽이라는 물성을 통해 산업, 환경, 그리고 예술적 존재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있다.
작가의 세계는 백남준과 오랫동안 협업해온 파트너로서 요셉 보이스가 특정 재료에 부여하였던 사유를 떠올린다. 하성욱 작가의 작업은 보이스가 재료에 부여했던 ‘샤머니즘적 치유’를 현대의 ‘생태적·물질적 담론’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죽이 스스로 뼈대를 세우고 뻗어 나가는 모습은, 곧 죽어있던 물질이 예술을 통해 다시금 세계와 대화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에너지의 신호’인 셈이다.
요셉 보이스가 지방과 펠트를 통해 에너지의 보존과 치유를 표현했다면 하성욱의 세 번째 피부로서 가죽을 통해 물질의 독립과 존재 방식과 물질의 자율성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예술가를 떠올린다. 보이스가 펠트와 지방으로 상처 입은 현대 문명을 치유하려 했다면, 하성욱 작가는 산업의 부산물인 폐가죽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재정의하며, 인간 중심 담론의 해체와 재구성이란 관점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요셉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작가의 세 번째 피부는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인간 중심의 소비 체계로 인해 끊어진 ‘인간-물질-환경’ 간의 유기적 관계를 회복하려는 예술적 시도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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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현장에서 가죽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가의 창작과 하성욱 작가의 작업을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확장해 다양화할 수 있다.
가죽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가로는 지용호(Ji Yong Ho, 1978~)작가가 있다. 자용호는 하성욱 작가처럼 폐기된 가죽을 작품 재료로 사용해 역동적인 동물 조각을 만드는데, 그는 산업 폐기물인 폐타이어를 주재료로 하여 실제 동물이나 상상 속의 괴수를 형상화한 ‘뮤턴트(Mutant, 변종)’ 시리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뮤턴트’ 시리즈는 현대 문명의 산물(타이어)이 자연의 생명체(동물)와 결합하여 탄생한 기괴하면서도 강력한 존재를 암시했다. 이는 인간의 탐욕과 산업화로 인해 변형된 자연의 모습, 혹은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하성욱 작가가 작업노트에서 언급한 ‘세 번째 피부’ 개념과 지용호 작가의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공통점을 보여준다. 작가가 ‘상품성 없는 가죽’을 인류 활동의 자취를 담은 새로운 물질로 보았듯, 지용호 작가 역시 수명을 다한 타이어를 예술적 생명력을 가진 근육과 피부로 재탄생시켰다. 지용호의 작업을 비교해보면, 하성욱 작가가 구상하는 ‘세 번째 피부’는 가죽의 연약한 물성을 넘어 어떻게 독자적인 부피와 존재감을 부여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이다솔(Lee Da-sol)작가의 경우에는 가죽의 질감을 도자(Ceramic)라는 전혀 다른 매체에 전이시키는 작업으로 알려졌다. 이다솔은 가죽의 표면을 캐스팅하거나 도자 기법으로 재현함으로써, 가죽이 물리적 실체를 넘어 하나의 ‘시각적 기호’로 작동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이런 방식은 하성욱 작가의 작업이 “상징과 소비의 맥락에서 이탈한 물질(작업노트)”을 탐색하는 데 있어 매체적 확장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작가로는 함현영 (Ham Hyun-young)작가가 있는데, 그는 천과 인조가죽을 바느질로 엮어 기이한 생명체의 형상을 만들며 바느질로 엮인 불규칙한 볼륨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함현영의 작업은 하승욱이 조각난 가죽으로 독특한 형태로 부피를 구성되도록 만드는 방식과 비교할 수 있다. 파편화된 가죽 조각들을 이어 붙여 유기적인 덩어리(Mass)를 만드는 방식은 부재하는 표면에 ‘뼈대’를 부여하는 조형 방법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양한 소재와 연출로 미술현장에서 자기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연구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장지아(Jang Jia) 작가의 초기 작업들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장지아의 <서있는 소(Standing Ox)> 시리즈와 가죽 위에 인두로 지져 드로잉 등 초기 작업들은 가죽의 물성과 깊게 공명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가학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장지아는 ‘고통과 기록의 층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하성욱이 자신의 작업에서 제시하는 “살아 숨 쉴 때의 살갗(제1피부)”이 “산업적 대상(제2피부)”으로 변모하며 겪는 이율배반적 과정을 다른 방식으로 강렬하게 시각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지아 작가와 앞서 비교한 요셉 보이스가 현대문명이 낳은 폭력과 상처를 예술적 ‘상처와 치유’라는 관점에서 현대미술에 샤머니즘적 문화와 깊이 관련된다면 성격을 작업에 부여했다면, 하성욱의 작업은 ‘에너지의 순환’이라는 점에서 보이스가 지방의 가소성을 통해 에너지의 흐름을 보여주었듯, 가죽의 변형(수축) 과정을 통해 물질이 어떻게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산하여 새로운 ‘사회적 조각’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물질적 진화’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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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 부재한 표면에 뼈대를 갖추고 직립할 수 있는 몸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변에 존재하는 동식물을 비롯한 생명체의 형태와 주관적으로 떠올리는 안정적 구조를 복합적으로 상상한다. 뚜렷한 대상이 가진 표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피부가 독립할 수 있는 형태를 떠올리고자 주변의 다양한 실재를 살핀다. 나는 유연한 동시에 연약한 물성과 조각난 채로 널려진 표면의 윤곽을 나름의 기법을 통해 부피를 갖추고 자의적으로 뻗어 나가는 물질의 몸체를 형상한다. 이러한 조형적 시도 안에서 세워지는 세 번째 피부의 몸체는, 내 지각의 변화만큼 이전에 다뤄오던 재료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자, 또 다른 존재 방식을 상상하는 과정이다.” _ 작가노트
하성욱 작가는 작업과정에서 ‘세 번째 피부’가 스스로 직립하는 몸체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이 설계한 도면대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죽 내부의 장력과 수축이라는 물리적 법칙이 스스로 형태를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는 인간 중심의 ‘재활용’ 담론을 넘어, 물질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생태적 관계를 시사한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가죽이라는 소재가 가진 ‘생명적 과거’와 ‘산업적 현재’ 사이의 간극을 조형적으로 메우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가죽을 팽팽하게 펴서 매끄러운 가방을 만드는 것이 ‘제2피부(산업적 소비)’의 방식이라면, 가죽이 오그라들고 비틀리게 두는 것은 가죽이 가진 근육의 기억을 되살려 ‘세 번째 피부’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최소한의 내부 구조(뼈대)만을 제공하고, 그 위를 덮은 가죽이 건조되면서 스스로 뼈대를 조이는 힘을 이용한다. 가죽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강력한 수축력은 내부의 뼈대를 휘게 하거나, 가죽 표면에 예기치 못한 주름과 골곡을 만들고, 이때 생겨나는 형상은 작가가 의도한 디자인이라기보다, 가죽이라는 물질이 환경과 반응하며 스스로 선택한 ‘직립의 방식’에 가깝다.
작가가 구성한 뼈대와 피부의 상호작용(Structural Interaction)은 독특한 형태로 발현된다. 이렇게 “유연한 동시에 연약한 물성”은 건조와 경화 과정을 통해 단단한 ‘몸체’로 고정된다. 최종 작품은 매끄러운 상품(가죽 제품)의 외형을 거부한다. 대신 거칠고 기이하며, 때로는 생명체의 장기나 화석처럼 보이는 독특한 볼륨감을 획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상징과 소비에서 이탈하여 자의적으로 뻗어 나가는 물질의 몸체가 된다.
작가가 작업노트에서 언급했던 ‘세 번째 피부’라는 개념은 근래 확산되어온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의 관점에서 더 깊이 있게 확장해볼 수 있다. 신유물론은 전통적인 유물론의 시각을 넘어서서 물질을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 자체의 특성에 치중하고, 인간과 비인간, 자연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물질을 단순히 수동적 배경이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인식하고, 물질을 인간과 사회 의식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호작용과 변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신유물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의도를 넘어선 ‘물질의 활력’을 생각해보면, 하성욱 작가의 작업에서 비인간중심의 지속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가죽과 가죽을 사유하고 실제 창작하는 과정은 단순히 소재로서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가죽)이 인간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자기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물질은 인간이 형태를 부여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재료가 아닌, 물질 자체가 스스로의 ‘행위성(Agency)’과 ‘활력(Vitality)’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하성욱 작가의 세계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가진 인간 중심적인 오만을 돌아보게 하고, 물질과 인간이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새로운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피부’는 단순히 버려진 가죽을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 내부의 물리적 에너지를 해방시키는 것에 가깝다. 산업사회의 통제권을 해체하고 ‘가죽’이라는 물질의 새로운 특성과 의미를 생성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가죽은 작가의 의도에 저항하거나 협력하며 형상을 결정하는 능동적 주체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물질’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질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