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 2022 알프레드 대학교 뒤셀도르프 페인팅 프로그램 석사 (알프레드, 뉴욕, 미국)
- 201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 201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 2022 Alfred University, School of Art and Design, Alfred-Düsseldorf Painting Program, MFA (New York, USA)
- 2018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s, Oriental Painting, MFA
- 2014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s, Oriental Painting, BFA
Exhibition
- 2024 개인 <Un/Touched Landscapes>, Mindy Solomon Gallery, 마이애미, 플로리다, 미국
- 2023 개인 <Figures of Things>, Hudson D. Walker Gallery, 프로빈스타운, 매사추세츠, 미국
- 2021 개인 <RUMINATING 되새김질>, 오!재미동 갤러리, 서울
- 2017 개인 <버들 사이는 나비의 길이다>, 갤러리 도스, 서울
- 2015 개인 <풍류(風柳)>, 갤러리 그리다, 서울
- 2024 Solo <Un/Touched Landscapes>, Mindy Solomon Gallery, Miami, FL, USA
- 2023 Solo <Figures of Things>, Hudson D. Walker Gallery, Provincetown, MA, USA
- 2021 Solo <RUMINATING>, Ohzemidong Gallery, Seoul
- 2017 Solo <Butterfly’s Path between the Willows>, Gallery Dos, Seoul
- 2015 Solo <Elegance(風柳)>, Gallery Grida, Seoul
Critique
정(情)적인 선, 현실과 생활의 동양화
이주희 (미술평론가)
이진이의 작업 전반에서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강한 생활력이다. 다중적이고 다층적인 형상과 이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색감 그리고 색과 함께 발하는 동세가 빈틈없이 들어찬 화면에 또다시 행로를 만드는 선들은 한 메가시티를 조망하는 듯한 숨 가쁨 속에서도 도시의 미감을 좇아 화면을 주시하게 만든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본다면 수채화처럼 은은한 화면으로 첫인상이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부분과 부분이 상응하는 흐름이 느껴지고,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각자의 목적을 향해 모여들고 살아나는 선조(線彫)를 느낄 수 있다. 작가의 화면에서 수채화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은은한 색감이 중첩된 화면의 시각적 성격보다도 작가의 재료가 지닌 성질에 의한 것이다. 안료와 물을 종이에 스미게 한다는 방식은 수채화와 동일하지만 스밈과 번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선과 획이 지닌 성격의 발산으로 이진이 회화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진이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미국에서 동양적인 재료를 기반으로 동시대 사회의 여러 풍경을 탐색하는 작업”이라 소개한다. 이러한 그의 예술적 장르를 물리적으론 회화, 성격적으론 한국화 혹은 동양화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예술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시각예술에 초점이 맞추어진 분류라고 할 수 있다. 현시대에는 우리의 이해를 돕는 여러 분류들이 발명되어 공유된다. 그중에 지역과 문화적 함의를 동시에 담는 분류들이 상당수 고안되어 있다. 국수와 쌀 문화권, 젓가락과 포크와 손 문화권,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 문화권 같은 분류들이 그것인데 이러한 분류들은 여전히 유지되거나 줄어들고, 혼용되거나 새롭게 탄생하는 것들과 만나 존재감의 변화를 맞이한다. 이진이를 분류하는 회화라는 장르는 현재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용의 분류이다. 그것의 기원을 묻는 것이 어색할 만큼 현재 인류 공용의 의미체계이자 가치체계로 통용되고 있으며, 시각예술의 장르 중에서도 가장 큰 존재감을 지닌다. 이에 반해 한국화라는 분류는 시각예술 장르 내에서도 지필묵(紙筆墨)이라는 고유한 특성과 다층적인 역사적 배경 위에 형성되는 것이었다. 나아가 동서양이라는 이분적 관념 속 동양(東洋)에서도 한자 문화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민족성이 내재된 특수한 존재감을 형성하며, 현재의 역사·문화적 관계성에서 이해된다.
작가의 한국화가 지닌 성격 역시 현재 작가에게 작용하는 현실적인 관계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조형 원리 형성과 감각 표현에 동행해 온 지필묵에 대한 추구를 바탕으로 현재의 자신이 감각하는 비가시적인 원리들을 시각화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풍토에서 형성된 문화적 감각을 바탕으로 현재의 주체성이 반영된 시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인간 유형의 가능성 중 끊임없이 자신의 좌표를 재생산하며 이동하는 인간이 있다. 이진이 또한 큰 이동과 작은 이동을 거듭하고, 가족의 형성과 임신, 육아라는 거대한 사건들을 거치며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부여된 경험과 작용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의 화면들을 바라본다면 그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층적인 레이어와 표면을 특징짓는 선들은 현재의 작가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지도이자 유전자 지도처럼 보인다. 대체적으로 지도라는 것은 감정의 이음새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이성과 정보를 최대로 발휘해 지도의 정체성과 신뢰도를 드러낸다. 이진이의 작업에선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감정적 표출과 스스로에게 내재한 동양화적 전형성을 최대한 다스려가며 화면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했던 열의가 느껴진다. 다양한 온도의 시절과 삶이 교차하는 상황들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아 새우기 위한 집중이 느껴지는 이성적인 화의(畫意)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나의 성격을 뒤로 밀어놓은 채, 내 앞의 새로운 존재의 생명력을 더욱더 진심으로 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생활력과 모성애적 예술가의 면모도 함께 느껴진다.
동양화는 시차가 큰 예술이다. 특히 전통이라는 시간성과 한·중·일을 대표로 하는 동아시아의 지역성을 연계해 동양화를 파악하려 한다면 현대사회, 현대미술과의 시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만다. 통념적인 서양화 재료로 14세기 조토(Giotto di Bondone, 1267-1337)의 깊이감 있는 프레스코 화풍과 16세기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 환영적인 세계관, 20세기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화가라고 정체성을 세워도 개연성 약한 취향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통의 동양적 재료로 남제(南齊, 479~502) 시대 사혁(謝赫, 500~535?)의 육법(六法)과 미불(米芾, 1051-1107)의 미법산수(米法山水)를 위시한 변혁적인 기법, 추사(金正喜, 1786-1856)의 서권기(書券氣)를 따르고자 한다며 동양화의 근간을 주장한들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사료를 조망하며 유의미한 감각적 경험을 추구해 나가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지만, 현재의 편의를 이용해 논리적이지 못한 사료의 나열을 반복한다면 동양화라는 예술 장르와 감각 또한 현재와의 시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고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와해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진이의 동양화는 속세적이기보단 새롭게 생성되어 가는 넓은 세상 속에서 존재의 위치를 새롭게 찾아가고 있다. 목가적 풍경이나 수양적 혹은 초월적 태도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시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고유함이라는 지점을 인지한 채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선에서 현재와 현실의 표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청년기를 지나는 긴 시간 동안 버드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동양화에서 작가의 화의를 담는 의경(意境)과 조경(造境)의 관점에서 많은 작가들에게 추구되었으며, 붓을 다루는 필법(筆法) 중에서도 선묘(線描)의 방법인 준법(皴法)에 따라 다양한 기운의 운영이 가능한 화제이다.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한 친숙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물가에 드리워진 수양버들은 부드러운 곡선의 미감 중에 초록 이파리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필치로 표현되고, 왕버들처럼 크고 우람한 종에선 풍성한 이파리 뿐만 아니라 굽이굽이 뻗어 상승하는 줄기와 껍질의 표현 또한 특수한 미감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버드나무 조형의 특징은 이진이의 작업 곳곳에서 발견된다. 은은하게 색을 발하는 화면으로 다가갈수록 색의 본체이자 화면의 가장 하부에서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빼곡하게 채워진 선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작업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개별적으로 산산히 조각나는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작가의 작업에서 선묘들 각각은 힘 있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뻗치고, 주변의 다른 선들과 어울려 양감을 형성하고 구조를 드러낸다. 선묘가 모여들어 형성된 구조와 함께 작가의 화면이 지닌 개성적인 질감이 드러난다. 이렇게 형성된 소단위의 구조들은 주변의 구조와 결합하며 자신들의 상을 떠올리고 이러한 표상과 함께 세계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떠오른다.
작가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바라보는 시선”을 이야기 한다. 여기서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회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자신을 사회인이라 자각하며 고립을 피해 유기체 속으로 진입하고자 했던 작가 개인의 사회적 참여 의지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회를 목격하고 해석하는 예술가로써 다양한 유기적 구조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고자 했던 예술적 동기가 화면 속 유기체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는 것은 개별 존재들의 특수성이라기 보단 그가 맞닥뜨린 환경과 자연 같은 종합적인 단위의 서사이다. “돌봄 경험 속에 반복 되는 양육 행위”,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남극의 현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미공군 공격기의 무기발사”, “기후 변화로 위협받는 멸종위기 철새”, “여성의 역사와 집단적 기억의 은폐”, “여성인권 운동과 세계 각지의 행진 장면들”처럼 이 세상의 존재자들과 다층적인 거리감을 형성하는 사회적 문제이자 인간적인 문제들이 작가에 의해 다시금 현상되고 있다. 전통의 이상을 표현하던 매체로 단일하지 않은 세계의 서사를 재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2026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7〉전에 출품된 〈Angels Landing〉(2024)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중 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목격한 미공군의 공격기가 발사하는 무기 궤적에서 착안한 작업이다. 화면의 중앙에서 터져 내리는 미사일의 궤적 아래 아이를 안고 대피하는 사람들과 저마다의 동세로 긴박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국화 표현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은은함으로 겹쳐진 파괴와 상실의 장면들이 언캐니(uncanny) 하지만 비현실적이고 비극의 시간을 압축해 놓은 듯이 숨 가쁘고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한때 한국화는 그려지는 풍경의 진위 여부에 따라 풍경의 품등을 나누고 전통의 이상과 전형성에 의해 상상력을 발휘했다. 실재하지 않고 전통의 기준과도 거리가 있는 것은 허구로 여겨져 추구되지 않았고 이러한 시간으로 인해 또다시 현대미술과의 시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현실이 상상을 넘어서는 시대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 세계와 문명의 파괴 상황을 담은 작가의 예술이 오히려 사실적인 화면이 되어 예술사적 역설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의 터전을 옮겨 다니며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시선을 넓혀가던 작가에게 최근 들어 직접적인 온도로 다가온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 함께 출품된 〈Overlapping Orbits〉(2026)은 작가에게 큰 의미가 된 사건과 진행의 감각을 시각화한 것으로, 보다 상세히 말하자면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고 마중하는 시간을 기록한 화면이다. 40점의 모듈로 구성된 작품은 40주의 임신기간이라는 시간을 구조화 한 것이다. 이 각각의 모듈은 개별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도 있고, 작품들의 연속성과 개연성에서 파악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분산된 감각들이 배열되고, 의도적인 흐름을 가진 감각체들이 하나의 환경을 표상하게 만드는 작업은 작가의 과거작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기록적이고 연구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Overlapping Orbits〉에서 하나이자 여럿이고, 여럿이자 하나인 작품의 조형은 사건의 형상을 묘사하지 않는다. 이진이의 조형은 현재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일원적인 존재론에 갇히지 않는 잠재적인 것들의 꿈틀거림과 언젠가 현실이 될 것들의 패러다임을 묘사한다. 40개 모듈 각각에선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풀잎과 나뭇잎 형상들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인간 신체의 움직임과 손짓, 손짓의 동세 같은 세세한 표현들이 교차한다. 그리고 작은 화면마다 점점 궤도를 키워가는 흰 선들은 기운이자 생명력의 성장을 표현한 것이다. 다른 성질의 파동들이 만나고 교차하며 그들만의 균형을 잡기 위해 울타리 안을 선회하는 모습을 묘사한 선은, 아기와 엄마가 만나 새롭게 형성해 나갈 동선 혹은 그들이 만들어갈 인연 또는 운명의 선처럼 정(情)적인 선으로도 느껴진다. 이러한 선에 깃든 작가의 바람과 의지와 인내 같은 생명력이 미래에 더욱 살아나야 할 존재의 패러다임에 깃들 것이다.
이번 작품 〈Overlapping Orbits〉으로 조금 더 선명해지는 인상은 작가와 그의 작업이 신체적이고 본능적인 향상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성장도 쉬운 성장은 없다. 어느 환경에서나 성장과 자립은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매일의 안전함 속에서도 존재의 지속적인 분투가 한 생명을 세상에 발 딛게 한다. 이진이의 작업 또한 매일의 꾸준함 속에서 기조를 잡고 나아가 세상에 발을 딛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여정 속에서 잠들어있는 본성적인 감각을 깨우고 세상에 대한 문기(文氣) 어린 시선과 열렬한 생활감을 투영하는 것이 작가의 작업이다. 그의 작업에는 담담한 수사로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예술로 되새기기 위한 생산적인 노력과 진실함이 담겨있다. 앞으로도 이어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것에 대한 그의 시선이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예술의 패러다임에 건강한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번 2026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7〉이 작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