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LEE Suji

b.1998

무제 (개미와 뫼비우스 띠) | 2024 |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20.25x36cm

좌: 자유낙하 (우연히) | 2025 |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134.4×101.6cm

우: 자유낙하 (힘에 의해) | 2025 |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134.4×101.6cm

Biography

  • 2022 프랫 인스티튜트 사진학과 학사 (브루클린, 뉴욕, 미국)
  • 2022 Pratt Institute, School of Art, Photography, BFA (Brooklyn, New York, USA)

Exhibition

  • 2025 개인 <Glass to Grass>,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 2024 단체 <pullpushpull>, IAH Seoul, 서울
  • 2024 단체 <Correspondence>, Baxter St. Camera Club of New York, 뉴욕, 미국
  • 2024 단체 <VOLUME: Vol.1>, Black Brick Project, 뉴욕, 미국
  • 2023 단체 <I.F.O.U.F.O>, 페이지룸8, 서울
  • 2025 Solo <Glass to Grass>, PS Sarubia, Seoul
  • 2024 Group <pullpushpull>, IAH Seoul, Seoul
  • 2024 Group <Correspondence>, Baxter St. Camera Club of New York, New York, USA
  • 2024 Group <VOLUME: Vol.1>, Black Brick Project, New York, USA
  • 2023 Group <I.F.O.U.F.O>, Pageroom8, Seoul

Critique

‘photo-graphy’, ‘사이-’ 존재로서의

이수지의 사진

최연하(미술평론가)

 

사진(photo-graphy)은 감광(感光)하고 감응(感光)하는 존재이다. 이수지 작가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 작업을 하는 이유도 ‘빛에 영향을 받고 필름에 영향을 주는’ 사진의 아름다운 프로세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진술이 발명되던 당시에, 아직 ‘photography’라는 이름을 얻기 전에, 각국의 사진 발명가들1)이 제 발명을 두고, 사진을 설명하는 문구들을 보면 사진의 본질과 속성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진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감광 소묘 또는 자연이 저 스스로 그리는 것(톨벗), 빛의 단어들(톨벗), 충실한 자연의 형상(니에프스), 태양-글쓰기sun-writing / 소묘drawing(니에프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얻은 자연의 형상을 자동 복제하는 것(다게르)”2) 등 공통적으로 ‘자연’이 사진에 미치는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빛(태양)이 사진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고, 인간의 손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이 자동적으로 이미지를 만든 것에 발명의 의의를 두고 있다. 이중 톨벗은 사진에 대해, ‘영향 받은, 흔적이 남겨진’ 어떤 이미지라고 감응하는 사진의 속성을 강조한다. 사진을 향한 다채로운 수식과 표현이 오르내릴 때, 마침내 사진술 발명을 위해 정열을 바치고 발명의 특혜를 입은 다게르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다게레오타이프는 단순히 자연을 소묘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 반대로 자연에게 ‘저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기법이다.”3) 톨벗도 자신의 사진 발명을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하는데, “감광 소묘 또는 자연이 저 스스로를 그리는 것”4)이라고 타이틀을 정한다. 다게르와 톨벗이 설명한 사진술은 오늘날『사진 용어 사전』에서 ‘사진’을 정의한 내용과 흡사하다.5) 주목할 부분은,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라고 서술한 점이다. 사진이 발명되던 즈음에 인간의 자연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프리 배첸은 원시 사진가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보여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 1834)의 사상이 1800년 즈음 유럽 인식론 전체에 변화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언급한다. “콜리지에게 자연은 주체나 대상, 관찰자나 관찰하는 대상으로 수동적으로 나뉠 수 없는,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예술적인 열정은 외적인 것을 내적인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콜리지가 ‘자연을 ‘동사’이자 ‘명사’로 주장’한 점이다. “자연natura은 태어나는 것이며 늘 생성되는 것becoming이다.”6) 사진 발명가 3인 모두 사진에 대한 정의를 자연과 문화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어펙트한 관계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허셀7)이 포토그라피(photo-graphy)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그리스어 ‘phos(photo 빛, 자연)’와 ‘graphos(graphy, 문자, 그림, 문화)’가 결합 한 ‘photo-graphy’에는 이율배반적인 두 요소, 자연(nature)과 문화(culture)가 공존한다. ‘자연은 문화’와, ‘문화는 자연’과 상호 작용하며 서로를 구성하는 실체로 생각한 것이다.

사진 용어 자체의 대립과 모순만큼이나 광화학적인 사진 프로세스도 변증법적인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음화(negative)와 양화(positive) 화상이 공존하는 다게레오타입(daguerréotype), 음화에서 양화의 이미지를 얻는 칼로타입(calotype) 기법은 두 개의 세계-그림자와 실재, 무의식과 의식, 잠재태와 현실태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photo-graphy’에서 ‘photo’와 ‘graphy’를 잇는 ‘-’ 은 요주의한 선분이다. ‘-’ 은 ‘빛에서 문자 기호로 이동하는(연결하는)’ 선분이고 이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두 개의 세계 깊숙이, 지금 사진의 주요 담론이 발생하고 있기에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사진을 사유할 때 ‘photo-graphy’의 ‘-사이’를 생각해야 한다. 사진은 탄생할 때부터 이미 스스로 모순을 내재화하며 이후 ‘기술과 예술 사이, 재현과 흔적 사이, 사진가와 피사체, 사진과 세계 (사이-)’에서 논쟁과 사유를 부추기는 까다로운 존재가 된다. 발명가 3인의 사진을 향한 욕망은, 시대의 열망에 부합한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자연을 향한 열림(opening)과 받아들임(passive)을 통해 능동적 발명으로 나아가는 감응하는 존재자들임은 확실하다.

 

이수지 작가의 작품 해설에 앞서 사진을 발명한 사람들의 사진 철학을 열거한 이유는 사진과 세계 ‘사이-’를 탐험하는 이수지 작가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수지 작가는 전작 <I.F.O.(Identified Flying Object)>(2023) 시리즈에서 부지불식간의 상황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인간의 시지각의 한계를 특별한 경험의 차원으로 승화해, ‘무엇을 어떻게 보았는지’에 앞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물음을 던지듯 밤하늘에 사물을 던진다. 이 시리즈는, 깜깜한 밤, 공중에 떠오른 사물이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사람들에게 되물으며 일순 사진으로 화석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중형 필름으로 한밤에 촬영한 <I.F.O.> 시리즈에서 공중의 비행 물체는 관객의 상상력이 보태지며 다양한 변신을 꾀한다. 사진에서 소위 피사체라 불리는 사물과 사람, 풍경 등이 촬영의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는 것, 요컨대 이수지 작가에게 사진은 피사체와 카메라, 촬영하는 사람과 사진을 보는 사람 그리고 사진(들)이 교통하고 감응하며 의미의 장을 형성하는 평면이다. 필름은 밤의 희미한 빛에 감응(affect)하고 제 몸에 무언가의 흔적을 남긴다. 빛과 필름, 카메라와 촬영자는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로 작용한다. 이 얇고 평평한 평면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그곳에 그것이 분명히 있었고’, 필름에 각인 된 것임을 작가가 표기한 위도와 경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이수지의 사진 속에는 전달 가능한 어떤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하기도 하지만 즉, 구체적인 실체가 있기도 하지만, 느낌이나 정서, 보이지 않는 힘, 비인간 존재들, ‘U.F.O.’이거나 ‘I.F.O.’ 등 세계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힘들이 서로를 견인하는 역학의 장이 펼쳐진다.

 

이러한 현상은 근작 <Free Fall (By Chance/ By Force)>(2025)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은 모든 중력에 저항하며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머문 깃털을 보여준다. ‘가비얍게’ 날아오른 것 같지만, 깃털은 화면의 중심에서 무거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떨어지기 직전 혹은 이제 막 떠오른, 전체이면서 일부인 깃털의 자유로움. <Untitled (Ant on Möbius)>(2024)는 ‘안’이자 ‘밖’이 뒤틀리며 이어지는 뫼비우스 띠를 촬영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미(ant) 한 마리가 뫼비우스 띠 위에 맥락 없이 던져져 있다. 개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공일 것이다. 앞, 뒤, 위, 아래가 얽혀 어디로 가는지, 이곳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개미의 여정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개미(자연)와 뫼비우스 띠의 기이한 친연성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Untitled (Concrete Spirals)>(2025)에서는 시멘트 보도블럭 위를 수놓은 녹색 나선형을 선보인다. 사막에 나선 형태로 땅을 파서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Desert Spirals’과 비슷한 형상이다. 이수지 작가는 인공의 보도블럭 위에 싱그러운 나선형 초록을 심었다. 자연(nature)과 인공(culture) ‘사이-’의 사진 탐험은 <For Being a Tree>(2021)에서 새롭게 변주된다. 길거리에 버려진 마른 가지들을 모아 다시 나무의 형상을 만들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죽은 나무의 초상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찍힌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언젠가 삶을 다할 것이고, 사진 속에서 삶의 시간은 지속될 것이다. 작품 타이틀인 ‘For Being a Tree’를 ‘For Being a Photography’라고 읽게 하는 이유이다. <Universal Elements Kit>(2024)는 ‘물, 불, 공기, 흙’의 물성을 관찰하고 촬영한 것이다. 중형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후 밀착인화(Contact Print)를 한 것으로, 한 컷 한 컷 필름에 담긴 이미지들을 가감 없이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미지가 ‘읽히는’ 방식과 촬영된 실제 순서 사이의 간극, 그리고 관찰자가 시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의도했다고 한다. 의미의 단절(프레이밍)과 확장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작업이다.

이수지 작가는 사진 매체의 존재론적인 열망을 탐색하고 사진가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세상과 사진가가 맺는 관계, 관객과 사진과의 관계성을 구현한다. 사진 이미지의 ‘정의 내릴 수 없는 (불)가능함’에 대해 사유하며, 유약하지만 강렬하고 희미하지만 빛나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1) 사진 발명가로 조세프 니세포르 니엡스(Joseph Nicéphore Niépce, 프랑스, 1765-1833), 루이 자끄 망데 다게르(Louis-Jacques-Mandé Daguerre, 프랑스, 1787-1851), 윌리엄 헨리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 영국, 1800-1877)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2) 제프리 배첸, 김인 역, 『사진의 고고학』, 이매진, 2006, pp. 94-100

3) 앞 책, p.98.

4) 앞 책, p.101.

5) 사진(寫眞, photography) : 일반적인 사진의 개념은 물체로부터 발사 또는 반사된 빛을 렌즈 등에 의해 물리적으로 상(像)을 맺게 하고 그 상을 화학적으로 처리시킨 것을 말한다.”,『사진용어사전』, 미진사, 1995, p.161.

6) 제프리 배첸 (2006), p. 93.: Owen Barfield, What Coleridge Thought(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71. p.22, 198, 199.

7) 존 허셜 경(Sir John Herschel, 1st Baronet, 1792-1871, 영국)은 천문학자, 물리학자, 화학자로서 사진 발명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했다. 사진의 광화학적 이론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초기 사진의 형성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실험과 제안을 하여 사진 발명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업적을 살펴보면, 은염을 녹이는 티오황산나트륨을 발견해 상(像)을 정착하게 한 것, Nega-Posi 방식 발견, 그리고 ‘포토그래피’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을 처음으로 제안한다.『사진용어사전』, p.422.